인생드라마로 손꼽히는 미스터션샤인에는 많은 우리의 근현대사 속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장면이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극중 고애신(김태리)과 유진초이(이병헌)가 처음 마주치던 날을 많은 분들께서 기억하실 거예요.
" 나를 찾는 거면 이쪽이오."
"귀하를 찾은 적 없소."
"찾던데."
"오해요."
"어느쪽으로 가시오?"
"그건 왜 묻소"
"그쪽으로 걸을까 하여"
미국인을 사살하는 일로 복면 쓴 모습으로 잠깐 마주쳤던 둘은 시가점등이 이루어지는 그 거리에서 만납니다.
(미국인 사살 사건과 관련해서는 별도 글에서 이야기할께요!)
이 장면 속 주목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은 바로 1900년대 최초 시가 점등입니다. 1900년, 일반 시가지(길)에 처음 전등이 켜졌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 '처음 전기가 들어왔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887년입니다. 경복궁에 1887년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고, 이 때 궁녀를 비롯한 궁궐 사람들은 너무나도 놀라워하며 온갖 핑계를 대고 불켜진 것을 보러가려 했다 하죠.
이렇게 전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1880년대이니 이때부터 일반 민중들까지 전기를 쓸 수 있었을까요?
새로운 문물의 확산이 너무나도 빠른 지금과 이전의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기에 일반 가정까지 전기가 쓰일 수 있게 되는데 까지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고종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하였으며, 광무개혁을 실시하며 근대 문물을 수용합니다. 전기 사업에 관심이 있었던 고종은 1898년 최초 전기회사인 한성 전기 회사를 설립하였고, 이 때의 전기는 우선적으로 전차와 가로등에 이용되었다 합니다.(최초 전차 1899 개통)
그리고 드디어 1900년 4월 종로에 처음으로 세 개의 전등이 점등됩니다!
조사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그래서 우리나라 '전기의 날'이 4월 10일이라고 하네요!
드라마에서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바로 고애신과 유진초이의 극적 만남을 아름답게 그려냈던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상 시기적으로도 1900년대 초이지요. 이 시기를 배경으로 극적인 만남의 배경을 구상한다고 할 때 이보다 적절한 설정은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역사상에는 세개의 점등인데 드라마에서는 너무나도 화사하게 가로등이 줄지어 여러개가 한번에 점등되지요. 근데 3개만 점등되는거 그대로 살렸으면 너무 없어보일 것 같기도... 그래서 당연하게도 필요했던 드라마적 설정이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매우 아름다운 장면이 만들어졌어요 ㅎㅎ
참고로 일반 가정에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가로등이 등장하고 약 한 달이 지난 후인데, 당시 진고개에 거주하고 있던 일본 상인들이 전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일반 가정에 대한 전기 보급은 일제 침략과 더불어 더 이상 진전되지는 못하고, 일제 강점기 동안 전기 공급 대상은 주로 일본인과 상류층 또는 관공서·회사 등으로 제한되었다고 하고요. 1940년까지 조선인 총 가구 420여만 호 가운데 전등을 켤 수 있었던 가구는 10%에도 미치지 못하였다고 하는 반면 일본인 가구 18만 호는 모두 전기를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는 들여다볼 수록 화가 나죠. 그 이전의 우리 역사의 발전과 전개가 어떤 식으로 왜곡되는지,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미친 영향이 참 크니까요.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들도 이후에 기회되면 정리를 해볼께요. 미스터션샤인은 이러한 일제강점이 시작되기 전 '구한말'이라 불리는 시기, 일제가 국권을 피탈해가는 과정 속에서 눈물겹게 저항했던 우리의 의병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어서 더 애정이 가는 작품입니다.
참고 : 우리역사넷 한국문화사 4권 근현대 과학기술과 삶의 변화 '집안에 들어온 전기'(박진희)
한국전기연구원 https://m.blog.naver.com/keri_on/22189408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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