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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 백수린(창비, 2023)

by 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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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 백수린

 

 

 

21쪽 

 

미래 쪽으로만 흐르는 시간은 어떤 기억들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장소는 어김없이 우리의 기억을 붙들고 느닷없이 곁을 떠난 사랑하는 것들을 우리 앞에 번번이 데려다놓는다.

 

 

40쪽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언니가 그렇게 말한 건 케이크를 먹던 중이었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72쪽

 

나는 우리가 어딘가로 향해 나아갈 때, 우리의 궤적은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단호한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갔다 멈추고 심지어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는 춤의 스텝을 닮아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만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고.

 

 

133쪽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내게 위로를 건넸다. 내가 당신의 슬픔을 다 이해한다거나 내가 가진 슬픔에 비하면 당신의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신, 당신의 슬픔을 내가 똑같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당신이 혼자라고 느끼지는 않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어,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곧 꺼질 것 같은 촛불처럼 위태롭고 시도 때도 없이 마음이 사나워지던 계절들을 통과해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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