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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15쪽
보통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낯선 사람이 어렵다. 낯선 장소에 가는 것도 그다지 달갑지 않다.
어쩌면, 내게 있어 여행은 '휴식'의 동의어나 유의어가 아니라, 일상의 시름을 이제 해주는 또 다른 자극이나 더 큰 고통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이런 내가 여행을 통해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즐기기 힘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마음먹었다.
완벽을, 완벽히 폐기하리라고. 지금이 아닌 언젠가,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게 아니라, 그저 작은 빈틈을 찾아보리라고.
101쪽~102쪽
주치의 선생님은 내가 겪는 문제가 흔한 번아웃 증상이니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네? 쉬라고요? 이미 두 달도 넘게 쉰걸요? 매일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는데요?"
"그정도 쉬는 걸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예요. 휴식에도 질이 있어요.
상영씨는 지금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항진되어 있어요.
그러니 몸과 마음 모두 쉬는 연습을 해야해요.
생각을 멈추고 최대한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생각을 멈추라니, 의사 선생님의 말이 마치 모르는 외국어처럼 들렸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못하는 게 있다면 생각을 멈추는 일일거다.
224쪽
가파도에서의 생활이 나에게 자유와 휴식의 동의어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상 어딘가에 이런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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