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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은혜는 신기한 인간이다.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기구를 이용해 움직인다. 능수능란하고 힘차다. 은혜의 모든 움직임이 콜리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 했다.
대화였다.
콜리는 공감을 느낄 수 없는 개체였지만 공감하는 척 움직이게 만들어졌다.
어차피 사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공감이었다.
보경은 콜리를 앉혀놓고 몇 번 대화한 후에야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들을 수 있는 귀와 끄덕일 수 있는 고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명은 저마다 삶의 시간이 다른 것 같아요."
"... 다르지, 달라."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
"..."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을 뿐 모두가 섞일 수 없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맞나요"
...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
보경은 처음으로 자신의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
"내 시간은 멈춰있어."
...
시간이 흘러 보경은 그곳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시간은 그곳에서 1초도 흐르지 않았다.
보경이 매일 일찍 일어나 쉬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그 지긋지긋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음을,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달리기였음을 인정해야 했다.
슬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 그 시간들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거예요."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했다.
경마장에서는 빠른 말이 1등을 하지만, 느리게 달린다고 경기 도중 주로에서 퇴출당하지는 않았으므로, 애초에 천천히 달리는 것이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
저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당신의 주로가 있으니 그것만 보고 달려요.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요.
신경쓰지 마요, 저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굳이 들을 필요 없어요.
모든 것을 듣고 살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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