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50쪽
열일곱 여린 감수성에 새겨진 무늬는 세월 속에 더욱 또렷해져 나는 간혹 하염없다는 말을 떠올리곤 했다.
아직도 나는 박선생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하염없이 남은 인생을 견디고 있을,
만난 적 없는 아버지 친구의 하염없는 인생이 불쑥불쑥 내 삶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곤 했다.
102쪽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았다.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힘들 때 도움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개는 도움을 준 사람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먼저 잊어버린다.
굳이 뭘 바라고 도운 것은 아니나 잊어버린 그 마음이 서운해서 도움 준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다.
그러나 사회주의자 아버지는 그렇다한들 상처받지 않았다.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 탓이고, 그래서 더더욱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224쪽
어떤 딸인지, 어떤 딸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구의 딸인지가 중요했을 뿐이다.
231쪽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267쪽 작가의 말 중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 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 것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