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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클레이하우스, 2022)

by 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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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영주는 몸의 모든 감각이 이곳을 편안해함을 느낀다.

그녀는 더이상 의지나 열정같은 말에서 의미를 찾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어느 공간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의미가 되었다.

 

몸이 그 공간을 긍정하는가. 그 공간에선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가.


p.182


처음으로 제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p.211
정서는 이 사회가 사람을 무례하게 대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 역시 서로를 무례하게 대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위선을 떨며 속으로는 상대를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무관심했다. 무관심의 내면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나도 언젠가는, 자칫 잘못하다간 언젠가는, 저 사람처럼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그들에게 '저 사람'이란 바로 정서같은 사람이었다.

 


정서는 특히 사람을 끔찍이 미워하게 됐다는 점이 힘들었다.

 

부장의 친절을 가장한 목소리만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고, 대리의 무능력한 얼굴만 보면 경멸감이 일었다.

...사람을 이토록 증오하게 됐다는 것이 슬펐다.

 

"나는 이제 행복이 아닌 행복감을 추구하며 살아야지 하고 생각을 바꾼거예요."


pp.236~237


"노력하는 건 자신있었어요. 그 때만 해도요."
...


"그런데 왜 생각이 바뀌었나요? 왜 아리라는 분이 말한 행복이 싫어졌어요?"


"행복하지 않아서요."


영주가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일생동안 공들여 만든 성취, 좋아요. 그런데 아리라는 분의 말이 나중에는 이렇게 이해되더라구요.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긴 인생을 저당잡히는 것과 다를바 없다구요.

 

마지막 순간에 한 번 행복해지기 위해 평생 노력만 하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행복이란게 참 끔찍해졌어요.

 

나의 온 생을 단 하나의 성취를 위해 갈아 넣는 것이 너무 허무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이제 행복이 아닌 행복감을 추구하며 살아야지 하고 생각을 바꾼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신가요?"


영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보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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